럭셔리카에서 자산가 경험 설계까지, 이승윤 팀장이 말하는 럭셔리 경험의 본질

C-Talks는 차봇 모빌리티와 함께 상생하는 딜러, 파트너사들의 현장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여정 속에서 발견한 진솔한 경험과 비전을 나눕니다.

럭셔리카 시장은 ‘가격’보다 ‘맥락’으로 움직이는 세계입니다. 그 만큼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오랜 경험과 감각적 소통이 중요한데요. 이 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해온 사람이 있습니다. 글로벌 하이엔드 모빌리티 브랜드에서 애스턴마틴, 맥라렌, 피닌파리나, 리막 등을 다루며 럭셔리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구매 경험을 설계해 온 이승윤 팀장입니다. 현재는 초고액자산가(HNW) 고객을 위한 경험 디자인을 총괄하며, 자동차라는 물리적 자산을 넘어 ‘시간과 감정의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집중하고 계시죠.

이번 인터뷰에서는 럭셔리카 시장의 변화와 고객 경험의 본질, 그리고 고액자산가의 기대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이승윤 팀장의 경험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더불어 차봇 모빌리티가 준비 중인 프리미엄 컨시어지 기반의 럭셔리카 서비스와 맞닿아 있는 ‘럭셔리 경험의 새로운 기준’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무엇을 파느냐보다, 누구를 이해하느냐의 시장”

Q. 팀장님의 커리어 여정 중 중심이 되는 키워드가 바로 ‘럭셔리카’라 생각되는데요. 럭셔리카 시장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커리어를 시작할 때부터 늘 스스로에게 던져왔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산업이 달라져도 고객과 시장을 움직이는 본질은 과연 같을까?”라는 질문이었죠. 이 호기심이 제 커리어 전반에서 새로운 산업과 시장에 계속 도전하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처음에는 LG이노텍에서 북미 시장을 대상으로 B2B 영업과 마케팅을 맡으며 대규모 글로벌 계약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현대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겨 유럽 고객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 딜을 수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산업이나 제품의 성격이 무엇이든, 결국 성과를 만들어내는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고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영업과 마케팅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공통된 원리를 체감하게 됐죠.

이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FCA 코리아에서 Jeep 브랜드를 맡아, 연간 약 4천 대 수준이던 판매량을 1만 대 이상으로 성장시키는 경험을 했습니다. 다만 동시에 분명한 한계도 느꼈습니다. 매스 브랜드 시장에서는 프로모션과 가격 경쟁이 판매 성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고, 고객 중심의 마케팅을 끝까지 일관되게 밀어붙이기에는 구조적인 제약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그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시장에서 가장 고객 관여도가 높고,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가 가장 밀접한 영역에서는 같은 원리가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 도전하게 된 분야가 바로 울트라 럭셔리카 시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애스턴마틴, 맥라렌, 피닌파리나, 리막의 매니징 디렉터를 맡으며, 럭셔리카 산업을 보다 깊은 시선에서 경험하게 됐습니다.

Q. 커리어 초반에는 전자·중공업 등 다양한 산업을 경험하셨는데, 럭셔리카 시장은 이전 산업들과 어떤 점에서 가장 다르게 느껴지셨나요?

가장 크게 느꼈던 차이는, 럭셔리카 시장에서는 ‘무엇을 파느냐’보다 ‘누구를 상대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 자체를 설계하는 시장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죠.

이전까지 제가 경험했던 전자나 중공업 분야에서는 제품의 기능, 기술력, 가격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마케팅과 영업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구조는 비교적 표준화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효율과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럭셔리카를 구매하는 고객은 전혀 다른 기준으로 브랜드를 바라봅니다. 이들은 차량을 통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이 브랜드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여주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스펙이나 가격보다도 브랜드가 지닌 헤리티지와 철학, 그리고 그 차가 고객의 삶 속에서 어떤 장면과 이야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지가 훨씬 크게 작용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고객 관여도의 깊이였습니다. 매스 시장에서는 ‘누구나’를 대상으로 설계된 경험이 중요했다면, 럭셔리 시장에서는 ‘이 고객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이 다시 설계됩니다. 실제로 어떤 고객들은 브랜드에 대해 내부 직원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고, 쇼룸의 공간 구성이나 경험 방식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곤 합니다. 그 의견이 실제 경험 설계에 반영될 때, 고객은 자신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브랜드의 일부로 인식하게 되죠. 이런 지점이 럭셔리카 시장을 이전에 경험했던 산업들과 가장 다르게 느끼게 만든 핵심이었습니다.

럭셔리 고객이 말하지 않는 것들”

Q. 실제 현장에서 경험하신 사례 중, 고객에게 확신을 남겼던 인상적인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럭셔리카 시장에서 고객이 가장 큰 만족을 느끼는 순간은, 결국 “이 브랜드가 나를 정말 이해하고 있구나”라고 체감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객 감동의 포인트 역시 거창한 이벤트보다는, 철저히 ‘나를 위해 설계된 디테일’에서 만들어진다고 보죠.

예를 들어 애스턴마틴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차량 인도 과정에서 단순히 차를 전달하는 데서 끝내지 않았습니다. 고객이 선택한 모델의 헤리티지와 개발 배경, 브랜드 스토리를 정리한 큐레이션 북을 별도로 제작했고, 실제 해당 차량 개발에 참여했던 엔지니어의 친필 메시지를 함께 전달했습니다. 고객이 단순히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와 맥락까지 함께 소유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맥라렌에서의 경험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 고객분이 쇼룸을 둘러보며 “레이싱 시뮬레이터가 있으면 브랜드 정체성이 더 잘 전달될 것 같다”는 의견을 주신 적이 있었는데요. 단순한 아이디어로 흘려보내지 않고, 실제 레이싱 드라이버들이 사용하는 수준의 시뮬레이터를 쇼룸에 도입했습니다. 그 이후 쇼룸은 더 이상 차량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과 철학을 직접 체감하는 장소로 완전히 성격이 바뀌었죠.

Q. 럭셔리카 고객을 만나오시며, 고객의 성향과 구매 목적에 따라 경험 설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느끼신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체감하신 대표적인 고객 유형과 그에 맞춘 설계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현장에서 고객들을 만나보면, 같은 럭셔리카라도 차를 대하는 태도와 기대하는 경험은 상당히 다릅니다.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하나는 자동차 그 자체를 즐기려는 고객, 다른 하나는 자산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고객입니다.

먼저 자동차를 즐기는 성향의 고객들은 차량의 희소성이나 향후 가치보다는, 그 차가 주는 감각과 경험 자체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직접 트랙에서 주행하며 성능을 체감하거나, 브랜드가 가진 레이싱 역사와 철학을 몸으로 느끼는 데서 큰 만족을 얻는 분들이죠. 이 고객들에게는 시승, 트랙 데이, 브랜드 이벤트처럼 차와 함께할 수 있는 ‘장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이었습니다. “이 차를 소유하면 이런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했어요.

반면 자산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고객들은 훨씬 신중합니다. 이분들에게 자동차는 취미이면서 동시에 투자 대상이기 때문에, 차량의 히스토리, 생산 수량, 브랜드의 맥락처럼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먼저 필요합니다. 실제로 차를 거의 운행하지 않고 보관만 하시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래서 이 유형의 고객에게는 감성적인 연출보다, 왜 이 차가 의미 있는 선택인지, 그리고 브랜드와의 관계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지가 경험 설계의 중심이 됐습니다.

럭셔리카 세일즈에서 HNW 경험 설계로의 확장

<과거 기흥인터내셔널에서 애스턴마틴, 맥라렌, 피닌파리나, 리막의 매니징 디렉터(Managing Manager)를 맡았던 이승윤 팀장, 출처: AEM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 매거진)>

Q. 현재는 초고액자산가(UHNWI) 및 고액자산가(HNW)를 위한 맞춤형 경험 설계를 담당하고 계신데요. 럭셔리카 세일즈에서 프리미엄 고객 경험 설계로 영역을 확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럭셔리카 시장에서 고객들을 오랜 시간 만나오면서, 고객의 선택은 차량 그 자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차를 구매하는 순간보다, 그 차와 함께 어떤 삶이 시작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더라고요.

실제로 럭셔리카 고객들은 차량을 소유한 이후에 브랜드가 제공하는 네트워크, 문화, 관계 속에서 더 큰 만족을 느낍니다. 차를 가진다는 행위보다도, 그 차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경험과 관계가 고객의 삶에 어떻게 스며드는지가 결정적인 요소였죠. 이 과정을 지켜보며 ‘차를 파는 일’과 ‘고객의 삶을 설계하는 일’은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맡고 있는 초고액자산가와 고액자산가를 위한 경험 설계 역시, 고객의 삶 전체를 하나의 여정으로 바라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고객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장면을 그리고 있는지를 이해한 뒤 그에 맞는 경험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죠. 럭셔리카 세일즈에서 쌓아온 감각은 분야만 바뀌었을 뿐, 고객을 이해하고 삶의 맥락을 설계한다는 토대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에서 럭셔리 모빌리티와 고액자산가 경험 설계 분야에서 쌓아오신 경험을 통해,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신 인사이트는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많은 자산가들을 만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이분들의 니즈가 ‘더 좋은 것’이나 ‘더 특별한 것’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히려 “얼마나 조용하고 안전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가 경험의 핵심이었죠.

한국의 고액자산가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있지만, 동시에 노출과 오해, 불필요한 시선을 늘 의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서비스나 브랜드, 사람을 만날 때도 굉장히 신중합니다. 화려한 제안이나 차별화된 이벤트보다 “이 관계가 나에게 안전한가?”, “내 삶의 균형을 깨지 않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시죠.

이 과정에서 저는 경험을 ‘보여주는 방식’ 자체가 조심스러워져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해외 럭셔리 시장처럼 공개적인 네트워크나 대규모 이벤트가 항상 정답은 아니었고, 오히려 소개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소규모·비공개적 관계 설계가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험의 질은 높되, 존재감은 낮게 유지하는 방식이 한국 시장에서는 특히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Q. 초고액자산가(UHNWI)와 일반 고액자산가(HNW)의 소비 패턴과 기대치는 어떻게 다르다고 보시나요? 이들에게 ‘진정한 가치’란 무엇일까요?

일반적인 고액자산가의 소비는 여전히 ‘지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자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잃지 않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소비에서도 합리성과 안전성을 함께 고려합니다. 명품이나 고가 자산 역시 취향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가치 보존의 대상이고, 리셀이나 장기 보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험을 중시하긴 하지만, 그 경험이 자산 관리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반면 초고액자산가는 이미 대부분의 ‘소유’ 단계를 지나온 분들입니다. 필요한 것은 거의 다 가지고 있고, 무엇을 더 가지느냐가 삶의 만족을 결정하지 않죠. 그래서 관심은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경험을 쌓고 있는가”, “내 삶에 어떤 이야기가 남는가”로 이동합니다. 예술, 문화, 교육, 여행, 제한된 커뮤니티처럼 돈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영역에서 더 큰 가치를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이미 대부분의 것을 소유하고 경험해본 초고액자산가 고객에게, 오래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이분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감동의 기준이 ‘새로움’이나 ‘규모’에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경험을 해본 분들이기 때문에, 무엇을 더 보여주느냐보다 어떤 감정이 남느냐가 훨씬 중요해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질문을 흔히 ‘기억 설계(memory design)’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초고액자산가에게 오래 남는 것은 화려한 이벤트 자체가 아니라, 그날의 분위기, 말 한마디, 나를 대하는 태도 같은 아주 미세한 요소들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시간을 들였다는 느낌, 내 취향과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준비했다는 감각이 기억의 핵심으로 남죠.

특히 가족과 함께하는 사적인 순간이나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경험은 기억의 밀도가 전혀 다릅니다. 그 경험이 사진이나 이야기로 남아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릴 수 있을 때, 소비는 하나의 자산처럼 축적됩니다. 그래서 경험을 설계할 때도 이벤트를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경험이 어떻게 기억되고 간직될지까지 함께 고민합니다.

럭셔리는 이제 ‘자기 브랜딩의 언어’

Q. 팀장님께서 보시기에, 럭셔리 고객이 기대하는 ‘서비스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 브랜드가 나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럭셔리 고객이 기대하는 서비스의 본질은 더 고급스러운 공간이나 더 비싼 구성에 있지 않습니다. 그런 요소들은 이미 너무 익숙하거든요.

오히려 이 고객군이 민감하게 느끼는 건,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의 취향과 상황을 알고 있는지, 내 시간을 얼마나 존중하는지입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언제 개입해야 하고 언제 한 발 물러나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을 때 비로소 ‘좋은 서비스’라고 느낍니다.

특히 초고액자산가일수록 서비스는 눈에 띄지 않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다, 필요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정리되어 있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이미 준비되어 있는 상태를 더 높이 평가하죠. 서비스가 ‘느껴지지 않게 작동할 때’, 그 안에 담긴 배려와 전문성은 오히려 더 크게 인식됩니다.

그래서 럭셔리 서비스의 본질은 친절이나 정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넘어, 고객의 시간·취향·가치관을 얼마나 정밀하게 이해하고 설계했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고객이 “이 브랜드는 나를 잘 안다”고 느끼는 순간, 그때 비로소 서비스는 기능을 넘어 신뢰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죠.

Q. 최근 럭셔리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럭셔리카 시장에서 고객의 선택 기준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예전에는 럭셔리카를 선택할 때 스펙이나 디자인, 성능처럼 눈에 보이는 요소들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요즘 고객들의 판단 기준은 분명히 한 단계 더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고 느낍니다. 이 차가 나와 얼마나 잘 맞는가, 이 브랜드의 세계관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시는 거죠.

특히 최근에는 차량 자체보다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경험의 총합이 선택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단순히 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가진 문화와 커뮤니티, 철학에 공감하는지가 중요해진 겁니다. 예를 들어 F1이나 모터스포츠 문화, 디자인 철학, 제작 과정에 담긴 이야기 같은 요소들이 고객의 관심사로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이런 맥락이 있을 때 브랜드에 대한 애착도 훨씬 깊어집니다.

럭셔리카 시장에서도 고객들은 이제 “이 차가 얼마나 빠른가”보다 “이 브랜드와 함께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가”를 묻습니다. 브랜드 행사나 커뮤니티 모임, 다른 오너들과의 교류처럼 차 이후의 세계가 구체적으로 그려질수록 선택은 더 확신에 가까워지죠.

실제로 일부 고객들은 브랜드의 성장 방향이나 경험 설계에 의견을 나눌 만큼,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이제는 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브랜드가 나의 시간과 취향, 삶의 이야기 속에 어떻게 들어올 수 있는지가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죠.

화려함보다 중요한 것은 ‘조용한 신뢰’

Q. 앞으로 럭셔리카 브랜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장 중요해질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차량을 넘어 ‘콘텐츠를 가진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나 성능은 이미 상당 부분 상향 평준화된 영역이고, 이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세계를 제안하느냐가 브랜드를 구분 짓는 기준이 되고 있거든요.

고객들이 기대하는 건 더 이상 완성도 높은 제품 하나가 아닙니다. 그 브랜드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고, 어떤 문화적 맥락 속에서 움직이며, 고객을 어떤 세계로 초대하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디자인 철학, 레이싱이나 모터스포츠와의 연결, 제작 과정에 담긴 태도 같은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브랜드는 단순한 제조사를 넘어 하나의 서사로 인식됩니다.

그리고 커뮤니티의 깊이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브랜드를 매개로 어떤 관계와 연결이 만들어지는지가 경쟁력이 됩니다. VIP 간의 사적인 네트워크, 소규모 모임, 지식과 취향을 나누는 경험처럼 외부에 드러나지 않지만 밀도 있는 커뮤니티를 설계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선택받을 것이라고 봅니다.

Q. ‘Car as a Service’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럭셔리카 시장에서도 구독이나 렌탈 모델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럭셔리카 시장에서는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중 시장과 같은 논리로 접근하기는 어렵죠.

초고액자산가의 경우에는 여전히 ‘소유’가 정체성과 직결되는 영역입니다.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세계관을 드러내는 상징이기 때문에 구독이나 렌탈은 주된 선택지가 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미 소유한 차 외에, 특정 상황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사용하는 보조적인 옵션으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고액자산가나 젊은 부유층은 차량을 보다 기능적이고 유연하게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필요에 따라 다양한 차를 경험하는 데 거부감이 적습니다. 이분들에게 럭셔리 구독 서비스는 ‘차를 빌린다’는 개념보다는, 브랜드의 세계를 일정 기간 체험해보는 프리미엄 경험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봅니다.

Q. 젊은 부유층의 등장으로 럭셔리카 시장의 소비 패턴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나요?

확실히 세대 차이가 있습니다. 젊은 분들은 럭셔리를 현재의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거든요. 비싼 것을 소유하는 데서 만족하기보다, 나만의 취향과 감각을 통해 남들과 다른 나를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디자인, 컬러, 브랜드 스토리처럼 감성적인 요소에 민감하고, 그 선택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되기를 기대하는 거죠.

그래서 이분들에겐 자동차가 이동수단이 아니라 ‘자기 브랜딩 도구’에 가깝습니다. 차를 타는 순간뿐 아니라, 그 차와 함께 만들어지는 이미지와 이야기까지 포함해서 소비합니다. ‘소유물’이라기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하나의 콘텐츠라고 봐야 하죠.

또, 소비의 속도도 굉장히 빠릅니다. 정보 탐색부터 구매, 경험까지 전 과정에서 즉각성과 효율을 중시합니다. 긴 설명이나 복잡한 절차보다는,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에 바로 맞는 선택을 원하죠. 그래서 서비스 역시 빠르고 간결하게 설계될수록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차량이 아니라 ‘사람의 여정’을 보는 플랫폼

Q. 차봇 모빌리티를 알게 된 계기와, 차봇 모빌리티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기존의 많은 플랫폼들이 차량 정보를 얼마나 많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공하느냐에 집중해왔다면, 차봇은 처음부터 “이 사람이 차를 어떻게 쓰고, 어떤 과정을 거치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불편해하는가”를 중심에 두고 설계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차봇은 차량을 하나의 데이터나 상품으로 보지 않고, 사용자의 여정 전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서비스들과 결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럭셔리카 시장에서는 ‘좋은 조건’ 그 자체보다, 계약 이전의 고민부터 계약, 인도, 이후의 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관리받고 있다는 감각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차봇 모빌리티의 경쟁력은 바로 이 지점을 구조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차봇처럼 럭셔리카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플랫폼이나 서비스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브랜드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럭셔리 고객, 특히 고액자산가들은 새로운 서비스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플랫폼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는지, 고객의 정보를 얼마나 조심스럽게 다루는지, 불필요하게 드러나게 만들지는 않는지에 대한 확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어떤 서비스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고객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차량 정보나 거래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는 것보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상황과 취향을 어떻게 읽어내고 큐레이션하느냐가 핵심인 거죠. 럭셔리 시장에서는 선택지를 많이 주는 것보다, 지금 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한 가지를 제안하는 정밀함이 더 큰 가치가 됩니다.

여기에 더해,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까지 고려한 서비스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럭셔리카 시장에서 차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요소인 만큼, 플랫폼 역시 거래를 돕는 도구에 머무르기보다 고객의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까지 함께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럭셔리카 시장만의 특징이라면 ‘커뮤니티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개적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신뢰를 전제로 한 제한된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럭셔리 시장에서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거든요.

경험의 가치를 설계하는 사람, 이승윤”

Q. 앞으로 실현하고 싶은 개인적인 경험 설계 철학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제 목표는 ‘자산가의 삶을 설계하는 경험 아키텍처를 만드는 것’입니다. 단편적인 서비스나 이벤트를 잘 만드는 데서 그치기보다, 한 사람의 삶 전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어요.

럭셔리카 시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 고객이 감동을 느끼는 지점은 늘 특정 순간이 아니라 그 순간들이 이어지는 방식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차량을 처음 접하는 순간, 인도받는 장면, 이후의 관계와 기억들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될 때 경험은 훨씬 깊어지죠. 이 감각을 자동차라는 영역을 넘어, 자산가의 일상과 삶 전반으로 확장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험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가족, 취향, 관계, 시간의 흐름까지 함께 고려해 삶의 맥락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제 다음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선택이 그 사람의 삶에서 어떤 의미로 남을지, 몇 년 뒤에는 어떤 기억으로 돌아올지를 함께 고민하는 방식이죠.

Q. 마지막으로 차봇 독자들에게, 그리고 럭셔리 모빌리티 산업에 관심 있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럭셔리 모빌리티 시장은 지금, 더 비싸고 더 빠른 차를 파는 단계를 지나 고객의 삶을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는 여전히 중요한 매개이지만, 그 자체보다도 그 차를 통해 어떤 시간과 관계, 기억이 만들어지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죠.

그래서 럭셔리는 정해진 기준이나 남들과의 비교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취향 안에서 정의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유가, 누군가에게는 경험이, 또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신뢰와 배려가 럭셔리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나 트렌드보다도 사람을 이해하는 감각입니다. 고객의 시간을 존중하고, 맥락을 읽고, 관계를 서두르지 않는 태도가 좋은 경험을 만들고, 그 경험이 오래 남는 신뢰로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저 역시 그 과정 속에서 고객의 선택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고민하는 파트너로 계속 역할을 해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