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맞춤형 보험, 차봇 모빌리티와 iFA가 여는 새로운 시장

자동차 보험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장면은 여전히 ‘비교’입니다. 포털이나 보험 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나열해 놓고, 가장 저렴한 보험료를 찾아 가입하는 방식은 오랫동안 자동차 보험 시장의 표준처럼 자리해 왔습니다. 다이렉트 보험, 최저가 보장, 각종 할인 특약 역시 보험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작동해 왔으며, 이러한 구조는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오늘날의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주행 데이터와 정비 이력, 사고 기록, 운전 패턴이 실시간으로 축적되는 ‘데이터 생성 장치’로 진화했습니다. 차량 한 대가 생성하는 데이터는 운전자의 습관과 차량 상태, 심지어 사고 위험까지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해졌습니다. 이처럼 데이터가 풍부해진 환경에서 부상한 새로운 영역이 바로 ‘모빌리티 인슈어테크’입니다.

모빌리티 인슈어테크는 보험이 더 이상 독립된 금융상품에 머무르지 않고, 차량이라는 실물 자산과 그 위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로 재편되는 흐름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사고 후 보상’하는 것을 넘어, 운전자의 전체 모빌리티 라이프를 데이터로 이해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인슈어테크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53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었으며, 2025년부터 2030년대 초반까지 연평균 30%를 웃도는 고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자동차 보험 영역에서는 텔레매틱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용량 기반 보험, 즉 UBI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부 글로벌 리포트에서는 2025년 글로벌 UBI 시장을 약 398억 달러 규모로 평가하고, 2032년에는 2,60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인슈어테크, 비교를 넘어 예측으로

글로벌 보험 시장에서는 이미 데이터 기반 보험이 구체적인 서비스 형태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보험의 역할 역시 단순한 가격 비교나 사후 보상을 넘어, 사고 가능성을 예측하고 운행 전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보험사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는 텔레매틱스 기반 보험 프로그램 ‘스냅샷(Snapshot)’을 통해 운전자의 급가속, 급제동, 야간 운행 빈도, 주행 시간대 같은 실제 주행 데이터를 보험료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는 차량 내 센서 데이터와 스마트폰 센서를 동시에 활용해 위험도를 더 정밀하게 산정하는 방식으로 고도화했으며, 이 데이터는 개인별 사고 확률 예측 모델에 직접 연동됩니다.

유럽에서는 실제 주행 거리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구조가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예로, 이탈리아 최대 손해보험사 중 하나인 유니폴사이(UnipolSai)는 2023년 디지털 자동차 보험 상품 ‘베레벨(BeRebel)’을 출시했습니다. 해당 상품은 월 기본 주행거리 200km를 제공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km당 요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사용하지 않은 주행거리는 다음 달로 이월되며, 운전 습관에 따라 보험료가 자동으로 조정됩니다. 모든 과정은 모바일 앱을 통해 관리되고, 전용 텔레매틱스 장치를 통해 주행 거리 추적은 물론 사고 발생 시 자동 구조 지원까지 연동됩니다. 이는 연 단위로 선납하는 전통적 금융상품에서 벗어나, 구독형·사용량 기반 서비스로 보험이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중국 역시 글로벌 인슈어테크 시장의 핵심 국가입니다. 중국 최대 온라인 보험사 종안보험(ZhongAn)은 알리바바·텐센트·핑안이 공동 설립한 디지털 보험사로, AI와 생성형 AI(AIGC)를 보험 상품 설계와 청구, 리스크 분석 전 과정에 적용하는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또, 자동차 보험에서도 주행 데이터, 소비 데이터, 상거래 데이터를 결합한 구조로 보험을 재편하며, 플랫폼·커머스·모빌리티와 결합된 종합 데이터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기업의 움직임 또한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Tesla)는 자사 차량에서 생성되는 주행 데이터를 활용해 테슬라 인슈어런스(Tesla Insurance)를 운영하고 있으며, 가속 패턴, 충돌 위험, 급차선 변경, 안전거리 유지 여부 등 실제 주행 행동을 보험료 산정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보험을 단순한 금융 서비스가 아니라, 자율주행과 안전 기술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자율주행 시대에 보험의 주도권이 보험사에서 완성차 및 모빌리티 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글로벌 인슈어테크 시장은 이미 ‘비교를 넘어 예측과 설계의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보험은 더 이상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상품이 아니라, 차량, 운전자, 운행 환경, 생활 패턴이 모두 반영된 개인 맞춤형 운영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차량 데이터’가 존재합니다.

반면 국내 시장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국내 자동차 보험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173억 달러, 우리 돈으로 20조 원 내외의 규모로 상당히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2033년까지 연평균 6%대의 안정적인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시장에서 데이터 기반 자동차 보험의 비중은 아직 극히 제한적입니다.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도 최근 스마트폰 앱이나 내비게이션과 연동한 UBI 특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은 일정 거리 이상 운행하거나 안전운전 점수를 충족할 경우 보험료를 일부 할인해주는 구조에 머물러 있습니다. 데이터는 수집되고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보험 설계, 사고 예방 관리, 정비 연계, 대차 지원 등으로는 충분히 확장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험연구원에서도 이러한 한계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주행 거리와 운전 습관 데이터만으로는 운전자의 전체 위험을 정밀하게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진정한 개인화 보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차량 상태, 정비 이력, 사고 이력, 주행 환경 등 보다 입체적인 데이터가 함께 결합되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즉, 국내 인슈어테크는 아직 ‘보험료 할인’이라는 단일 기능을 넘어, 차량 라이프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로는 본격 진입하지 못한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차봇 모빌리티와 iFA, 데이터와 전문성의 만남

이 같은 국내외 흐름에서 최근 차봇 모빌리티와 iFA의 전략적 업무협약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보험 상품 제휴를 넘어,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모빌리티 인슈어테크’라는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공식화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보편화되고 있는 데이터 기반 보험 모델을, 국내 현실에 맞게 구현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차봇 모빌리티는 차량 구매에서 시작해 정비, 유지관리, 사고 처리, 재구매에 이르기까지 차량 라이프 전주기를 아우르는 데이터를 축적해 온 모빌리티 컨시어지 플랫폼 기업입니다. 차봇 모빌리티의 가장 큰 강점은 ‘차량 라이프 전주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차량 기본 정보와 운전자 데이터베이스는 물론, 정비 이력, 보험 가입 내역, 사고 이력 등 모빌리티와 관련된 거의 모든 접점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는 주행 거리나 운전 습관만을 추적하는 일반적인 UBI와는 차원이 다른 데이터 자산입니다. 2025년 기준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 규모가 약 128조 원, 정비·유지관리 등 파생 시장이 18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차봇 모빌리티는 이 방대한 시장에서 구매부터 폐차까지 전 과정을 관통하는 데이터를 축적·분석할 수 있는 구조를 이미 구축한 셈입니다.

여기에 iFA의 전문성이 더해집니다. iFA는 2025년 11월 기준 약 47만 7천여 명의 고객을 보유한 국내 대표 GA로, 3,000여 명에 달하는 전문 설계 조직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금융·보험 솔루션을 제공해 왔습니다. iFA의 핵심 경쟁력은 고객의 니즈와 리스크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에 최적화된 보험 상품을 설계하는 전문성에 있습니다. 단순히 보험을 판매하는 조직이 아니라, 데이터와 상담 역량을 바탕으로 보험 구조 자체를 설계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차봇 모빌리티의 플랫폼 역량과 높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모빌리티 인슈어테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차봇 모빌리티와 iFA가 구축하고자 하는 ‘모빌리티 인슈어테크’의 핵심은 통합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솔루션에 있습니다. 이는 보험을 하나의 상품으로 분리해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차량 라이프 전반을 관통하는 데이터 흐름 속에서 보험을 재정의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한 운전자가 차량을 구매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차봇 플랫폼에서는 이 운전자가 어떤 차량을 선택했는지, 구매 시 어떤 옵션을 중시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됩니다. 이후 이 운전자는 보험에 가입하고, 정기적으로 정비를 받고, 일상적으로 운행합니다. 각각의 접점에서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 데이터들은 서로 연결됩니다. 만약 이 운전자가 정비를 규칙적으로 받고, 안전운전 점수가 높으며, 사고 이력이 없다면 매우 낮은 위험도를 나타냅니다. 반대로 정비를 자주 미루고, 과속이나 급제동이 잦으며, 야간 운행이 많다면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이러한 통합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험사는 훨씬 더 정확한 위험 평가가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보험료 산정에만 활용되지 않습니다. 위험도가 높아지는 시점을 미리 감지하여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거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을 알려주거나, 안전 운전 교육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프로액티브(Proactive) 보험’의 개념으로, 보험의 역할을 ‘사후 보상’에서 ‘사전 예방’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경험 역시 크게 달라집니다. 기존에는 사고 접수, 보험사 연락, 수리업체 선정, 대차 서비스 이용 등이 각각 분리된 프로세스였습니다. 반면 모빌리티 인슈어테크 플랫폼에서는 사고 접수와 동시에 가장 적합한 수리업체가 자동으로 연결되고, 대차 서비스가 즉시 제공되며, 보험금 청구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처리됩니다. 이미 축적된 차량 정비 이력과 사고 이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리업체는 차량 상태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고, 보다 정확한 진단과 수리가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통합 서비스는 소비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합니다. 보험 가입부터 사고 처리까지, 차량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모빌리티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동시에 보험사 입장에서도 더 정확한 위험 관리와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지므로 윈-윈(Win-Win)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여는 열쇠

이제 보험은 더 이상 “얼마나 싸게 가입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험의 기준은 점점 “내 차량의 상태와 운행 환경, 나의 운전 습관과 리스크를 얼마나 정밀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춰 설계해 주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보험의 경쟁력이 가격에서 데이터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더 많은 고객 수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라이프 전반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와 역량을 갖춘 기업이 보험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전기차,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이 확산될수록 더욱 뚜렷해질 것입니다. 전기차는 배터리 상태와 충전 이력, 주행 패턴에 따라 리스크 구조가 내연기관차와 근본적으로 다르며, 커넥티드카는 차량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냅니다. 이로 인해 보험 역시 사고 이후의 보상에 머무르지 않고, 위험 신호를 사전에 감지해 개입하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보험이 ‘사고 이후’를 책임지는 산업에서 ‘사고 이전’을 관리하는 산업으로 진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차량 데이터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실제로 축적하고 운영할 수 있는 주체는 전통적 보험사보다는 차량 라이프 전반을 관리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에 더 가깝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차봇 모빌리티와 iFA의 협업은 하나의 출발점으로 읽힙니다. 보험은 더 이상 보험업계만의 산업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플랫폼, 데이터 산업, 금융 산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롭게 정의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가 표준이 되고, 보험이 사후 보상을 넘어 사전 예방과 통합 관리 서비스로 확장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봇 모빌리티와 iFA의 전략적 협력이 만들어갈 ‘모빌리티 인슈어테크’의 다음 장은, 보험의 역할과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그리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입니다. 이 변화의 방향을 지금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