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인류의 이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자동차는 목적지로 가는 기계를 넘어 생활·금융·여가·도시 운영까지 포괄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산업혁명기의 증기기관이 세상을 움직였듯, AI는 모빌리티의 새로운 엔진이 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는 기술 발전을 넘어 고객 경험 자체의 재정의로 이어졌다. AI는 운전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이동의 의미를 바꾸고 있으며, 고객 여정 전반에서 네 가지 변화를 이끈다.

첫째, 구매 경험이다. 과거 차량 구매가 딜러 상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AI가 개인의 운전 습관과 재무 상태를 분석해 최적의 차량을 제안하는 맞춤형 컨설턴트로 진화한다.

둘째, 이용 경험이다. 차량은 단순한 주행 공간을 넘어 개인화된 메타버스 공간으로 전환된다. 혼자일 때는 사무실, 가족과 함께일 때는 엔터테인먼트룸으로 바뀌며, PBV(Purpose Built Vehicle)는 자동차를 투자자산이자 수익 수단으로 만든다.

셋째, 서비스 경험이다. 자동차는 데이터 허브로 진화해 운전 패턴·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보험료나 정비 일정을 자동으로 관리한다.

넷째, 매각 경험이다. AI가 차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가격을 산출해 원클릭으로 거래까지 가능하게 된다.

이 변화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 감정에 있다. ‘배려받았다’거나 ‘안심된다’는 감정을 주는 것이 진정한 경험이다. 이어령 선생의 디지로그 개념처럼 디지털 기술에 아날로그 감성이 녹아야 고객이 감동한다.

차봇 모빌리티는 기술의 자동화보다 고객이 편리함과 안심을 느끼는 경험 설계를 핵심 가치로 삼는다. 단순한 거래 효율화가 아니라 자동차와의 상호작용에서 신뢰와 만족을 주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러한 변화는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 구도 재편과도 맞닿아 있다. 산업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데이터·서비스 중심으로 이동 중이다. V2X(Vehicle to Everything) 시장은 2023년 6억달러에서 2033년 385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며, 자율주행은 E2E(End-to-End) 방식으로 발전해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는 수준으로 진화한다.

앞으로는 완성차보다 고객 접점을 가진 서비스 기업이 중심이 될 것이다. 진정한 경쟁력은 AI를 활용해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서비스를 창출하는 역량이다.

자율주행 확산은 도시 인프라의 혁신으로 이어진다. 교통은 실시간 스마트 신호 체계로 고도화되고, 주차 공간은 문화·상업 공간으로 바뀔 것이다. MaaS(Mobility as a Service)의 성장으로 개인 소유보다 서비스 이용이 주류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여전히 제조 중심 패러다임에 머물러 속도 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으나, 빠른 기술 수용성과 인프라, 그리고 ‘정(情)’이라는 정서적 자산은 강점이다. 기술과 정서를 결합한 신뢰 기반 경험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될 것이다.

글로벌 AI 시장은 2025년 4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빌리티 혁신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 이해와 경험 설계다. 이동 과정에서 고객이 느끼는 감정과 삶의 질 향상이야말로 AI 시대 모빌리티의 목표다. 기술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 고객이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낄 때,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