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봇 모빌리티 강성근 대표의 모빌리티 인사이트

AI가 열어가는 새로운 이동의 패러다임

AI가 도래한 지금, 변화의 파도는 단순히 디지털 산업을 넘어 인간의 이동 방식 자체를 다시 정의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오랫동안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한 기계’로 여겨졌지만, AI의 개입은 그 본질적 의미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개인의 생활, 금융, 여가, 나아가 도시의 운영 체계까지 담아내는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기의 증기기관이 세상을 움직였듯, AI는 모빌리티의 미래를 움직이는 새로운 엔진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9년여간 모빌리티 사업을 영위하며 산업 현장에서 목격하는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선 고객 경험 전반을 재정의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AI는 더 이상 운전을 보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동 자체의 의미를 바꾸고 있습니다. 모빌리티에서 AI가 가져올 변화를 이해하려면, 고객의 전체 여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를 네 단계로 구분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는 구매 경험의 혁신입니다. 기존의 ‘딜러를 만나서 차를 고른다’는 방식에서 벗어나 AI 카 매니저가 고객의 운전 습관과 재무 상황을 분석해 최적의 차량을 제안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전망합니다. 이는 단순한 추천이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이해한 맞춤형 컨설팅입니다.

두 번째는 이용 경험의 근본적 변화입니다. 차 안이 단순히 운전하는 공간에서 개인화된 메타버스 공간으로 변화되리라 예상합니다. 혼자 탈 때는 사무실로, 가족과 함께할 때는 엔터테인먼트룸으로 자동 전환되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PBV(Purpose Built Vehicle) 모빌리티 시장의 급성장입니다. 비스포크 모델로 다양한 용도의 차량이 등장하면서, 퍼스널 차량은 소유에서 자산화로 개념이 바뀝니다. 차량이 집과 같은 투자 자산이 되어 스스로 돈을 버는 수단으로 진화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혁신 서비스 경험으로, 자동차가 데이터 허브가 되는 단계입니다. 운전 패턴과 건강 상태까지 읽어 보험료를 조정하고, AI가 정비·세차 일정을 자동으로 예약해주는 방식입니다. 고객은 자동차를 쓸 때마다 새로운 서비스에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네 번째는 차량 매도/폐차 경험도 새롭게 변화될 것입니다. 복잡한 서류와 중고차 시장을 오가는 번거로움 대신, 차량 데이터 기반으로 AI가 실시간 가격을 매기고 원클릭으로 매각까지 완료하는 시스템이 구현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배려받았다’, ‘안심된다’는 감정을 못 느끼면 그건 진정한 경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어령 선생님이 말씀하신 디지로그(Digilog) 개념이 모빌리티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기술 안에 아날로그적 감성이 녹아야 고객이 진정으로 감동합니다. 또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도 강조하듯, 고객은 기술 자체보다 더 편하고 자연스러운 경험을 선택합니다.

자동차도 똑같다고 봅니다. 단순히 기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와, 이건 나를 이해해준다’라고 느끼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차봇 모빌리티도 기술을 자동화하는 동시에, 고객이 ‘편하다, 안심된다’라는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데이터-서비스 레이어가 주도하는 모빌리티 생태계

이러한 고객 중심의 경험 설계가 현실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배경에는 모빌리티 산업의 기술적 진화와 경쟁 구도의 근본적 변화가 있습니다.

V2X(Vehicle to Everything) 시장이 2023년 6억 달러에서 2033년 385억 달러로 연평균 51.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을 보면, 하드웨어 경쟁에서 서비스 플랫폼 경쟁으로의 전환이 명확합니다. 기존 규칙 기반 자율주행이 코너 케이스 대응에 약했다면, 지금은 E2E(End-to-End)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차가 사람처럼 추론하는 단계로 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주행 데이터가 그냥 데이터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험, 금융, 모빌리티 구독 같은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하드웨어 경쟁보다 데이터-서비스 레이어를 장악하는 기업이 진정한 기회를 가져 갈 것이라 예상합니다. 차봇 모빌리티도 이 부분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차량을 한 번 촬영하면 보험·정비·매각까지 자동으로 이어지는 AI 기반 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시승 서비스도 AI가 고객의 선호와 운전 습관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차량을 추천해주는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완성차가 꼭대기에 있는 피라미드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고객과 가장 가까운 서비스를 가진 기업이 중심이 될 것입니다. AI 보험이나 모빌리티 구독 같은 서비스가 고객 일상에 매일 들어온다면, 완성차는 오히려 뒤로 밀릴 수도 있습니다. 완성차는 하드웨어, 서비스 기업은 경험, AI 기업은 두뇌로 역할이 재편된다고 봅니다. 저희 같은 스타트업은 그중에서도 경험 레이어를 빠르게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 인프라의 혁명과 도전과제

이처럼 모빌리티 산업 내 권력 구조가 재편되는 것과 동시에, 이러한 변화는 개별 기업을 넘어 도시 전체의 인프라와 생활 양식까지 바꿔놓을 것입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본격 확산되면 도시 인프라는 세 방향으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첫째, 교통 인프라의 지능화입니다. V2X 기술이 2023년 5억 달러에서 2030년 95억 달러로 성장할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도로에는 자율주행차와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스마트 교통 신호, 차량 간 통신(V2X), 정밀 지도 시스템이 확산될 것입니다.

둘째, 주차 및 공간 활용의 혁신입니다.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이동, 주차하기 때문에 도심 내 주차장의 필요성이 줄고, 기존 주차 공간은 상업·문화·휴식 공간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셋째, 모빌리티 서비스 중심의 도시 운영입니다. MaaS 시장이 2023년 678억 달러에서 2032년까지 연평균 11.6% 성장하면서, 개인 차량 소유보다 서비스 이용 방식이 보편화 될 것이라 봅니다.

결국 자율주행은 단순히 차량 운전의 자동화를 넘어 도시 인프라 전반을 변화시키며, 고객에게는 이동의 불편함이 최소화되고 경험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새로운 도시 생활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미래 비전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속도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OTA, SDV 전환을 빠르게 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제조 중심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은 세계 최고의 테스트베드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고객이 빨리 받아들이고, 인프라도 잘 돼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직접 포니.ai 자율주행 택시를 타본 경험을 보면, 솔직히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급정거도 있었고, 사람이 개입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미 시장에 내놨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은 양의 속도를 무기로 한다면, 한국은 정교한 UX와 서비스 설계로 차별화해야 합니다. 완벽을 기다리기보다 속도를 선택한 중국의 전략에서 배울 점이 있지만, 우리만의 강점도 있습니다. 한국에만 있는 ‘정’을 기술로 끌어낼 지혜가 필요합니다. 단순한 기술 협력이 아니라,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을 함께 만드는 것이 한국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봇 모빌리티가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

2025년 글로벌 AI 시장이 4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인 가운데, AI 시대 모빌리티의 핵심은 기술이 아닌 고객 이해입니다. 차봇 모빌리티는 이러한 AI 시대에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어 나가되, 결코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고객 중심의 경험 설계로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자 합니다. 차봇 모빌리티가 추구하는 미래 모빌리티는 단순히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이 느끼는 감정, 얻게 되는 가치, 그리고 삶의 질 향상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디지로그 시대의 모빌리티 혁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과 인간의 감성이 조화를 이루어, 고객이 진정으로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을 만드는 것. 이것이 차봇 모빌리티가 그려나가는 AI 시대 모빌리티의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