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네오스 그레나디어는 영국 자동차 회사 이네오스 오토모티브가 만든 ‘정통’ 오프로드 SUV다. 이 모델은 자동차 애호가이자 모험가로 알려진 짐 래트클리프 이네오스 회장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달릴 수 있는 오프로드 성능과 내구성, 안정성을 제공하겠다는 ‘꿈’이 담긴 차량이다.
회사는 이 모델에 독일 BMW의 파워트레인을 적용, 이네오스 회장의 ‘꿈’을 현실화 했다. 외관과 실내는 물론 주행 감성, 그 이상의 사소한 모든 부분에서 디테일한 멋이 전해졌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장우진 기자
첫 인상부터 강인하다. 이 모델은 전장 4895㎜, 전폭 1930㎜, 전고 2035㎜의 육중한 덩치에 각진 외관을 갖췄다. 타이어는 35인치가 들어갔는데, 휠은 18인치로 차급에 비해 작게 여겨졌다. 바위, 자갈 등의 험로에서는 큰 휠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했다. 타이어 공기압을 살짝 빼면 험로 주행에 최적화 된다는 설명이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장우진 기자
외관의 경우 아웃도어 활동에서 각종 소품을 걸어둘 만한 악세사리 가니시를 캐릭터 라인으로 적용해 멋을 더했다. 후면 스페어 타이어에는 별도의 수납 공간을 만들었고, 사다리로 루프에 올라갈 수도 있다. 좌우 3대7 이분할로 열리는 트렁크 도어도 매력 포인트였다.
실내는 오프로드 SUV 이상의 유니크 함이 돋보였다. 우선 센터페시아는 물론 천장에도 다양한 버튼이 존재했는데, 터치보다 직관적인 스위치 방식을 적용했다. 각종 오프로드 기능은 천장에 배치됐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1열장우진 기자
12.3인치 터치스크린은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해 티맵, 카카오내비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또 고도계가 있는 나침반 등의 오프로드 DNA도 확실하고 심어놨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1열장우진 기자
1열 공조를 포함한 각종 버튼 디자인은 요트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험로를 달리는 차지만 ‘부의 상징’ 격인 요트 디자인을 접목해 ‘유니크 한 고급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만족시킨 모습이다.
기어 노브는 BMW 차종에서 본 디자인이 그대로 적용됐다. 이 모델에는 BMW 3.0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이 탑재됐는데, 검증된 파워트레인이 탑재되면서 ‘BMW 기어 노브’에 대한 이질적인 감정보다 신뢰감이 먼저 다가왔다. 독일의 기술과 영국의 감성이 만난 격으로, 차량 외부엔 영국 유니온 잭과 독일 국기가 나란히 새겨져 있다.
시동을 걸어봤다. 요즘과 같은 버튼식이 아닌, 차 키(Key)를 꽂아 돌리는 식이다. 지금이야 버튼식이나 자동 시동 등 디지털화가 대세지만, 사실 키를 꽂아 돌리는 ‘아날로그’ 방식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페라리 등 일부 슈퍼카 브랜드들은 대중 브랜드에 비해 오랫동안 꽂는 방식의 차 키를 고수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나 본 이러한 차 키는 그레나디어 ‘명품’ 감성을 더해주는 요소였다.
이 모델은 축거(2922㎜)가 3m에 육박한다. 2열 공간은 당연히 여유롭다. 2열 팔걸이는 비록 없었지만 차의 목적을 감안하면 단점으로 치부할 만한 사항은 아니었다.
이날 시승은 오프로드 코스보다 주로 다니게 되는 도심 주행, 그것도 가장 복잡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성수동 일대를 일부러 택했다. 완벽한 오프로드 SUV의 온-로드 주행의 재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우선 핸들링부터 달랐다. 예를 들어 좌회전 혹은 우회전을 하면 스티어링휠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차는 그렇지 않았다. 직접 스티어링휠을 조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측면에 부착된 영국 유니온 잭과 독일 국기 디자인. 장우진 기자
오프로드 험로에서 바위 등을 넘을 때 조향이 멋대로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지 위한 것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었다.
도심 주행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요소지만, 어느 정도 운전에 자신감이 있다면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감성으로 다가왔다. 직접 ‘차를 가지고 논다’, ‘야생마를 다룬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서스펜션은 프로그레시브 코일 스프링 방식이 적용됐다. 에어 서스펜션에 비해 완충 작용은 덜하지만, 어떤 환경에서도 강성은 보장됐다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었다. 그렇다고 서스펜션이 과하게 딱딱한 정도도 아니어서 도심 주행은 무리없는 수준이었다. 차봇 관계자는 “서스펜션은 전문 제조사 아이박이 제작했다. 유지 관리가 쉽고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마찰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주요 오프로드 성능 이미지. 차봇모터스 제공
오프로드 주행은 경험하지 않았지만 스펙은 충분하다. 접근각 35.5도, 이탈각 36.1도에 경사도는 45도까지 가능하다. 차체 기본 세팅 만으로도 도강 능력은 800㎜에 달한다.
가격은 1억990만원부터 시작하며, 차봇모빌리티의 그레나디어 전용 컨시어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영국 유명 오프로드 튜닝 브랜드인 첼시트럭 컴퍼니와의 협업으로 개인의 취향에 맞게 차량을 꾸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