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원 차봇모빌리티 플랫폼사업부 부문장
자동차 판매에서 ‘고객 경험 디테일’에 집중해야 우위 점할 것 강조
나눠진 자동차 시장 고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내…딜러와는 상생 추구
하나의 자동차에도 수많은 옵션이 존재한다. 나아가 지난해 등록된 신차는 약 163만 8500대. K9, 아반떼, 그랑 콜레오스 등 신규 모델을 비롯해 새로운 부분 변경 트림들이 속속 나오고 옵션의 다양화로 선택지가 크게 넓어졌다는 평가다.
역설적으로 넓어진 선택지 때문에 소비자는 되려 머리가 아파졌다. 한정적인 시간 속 많은 품을 들여야하게 된 것. 자신에게 꼭 맞는 옵션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소비자들과 자신을 찾아오길 바라는 딜러들의 바람은 점점 엇갈리는 모양새다.
자동차 업계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향으로 흐름이 옮겨 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이코노믹리뷰>가 차봇모빌리티 플랫폼사업부 이승원 부문장을 18일 만났다.

나눠진 파편 모아 하나의 ‘자동차 생태계’ 플랫폼으로
자동차는 한 번 구매에 수천만원이 드는 고가의 소비재다. 구매 과정에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승원 부문장은 이 지점에서 고객의 개성을 눈여겨봤다. 탑승 인원, 내·외관 색깔, 이륜구동&사륜구동 등 소비자 개인마다 원하는 옵션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같은 팰리세이드를 원해도 누군가는 7인승, 후륜구동, 검은색을 원하고 누군가는 9인승, 사륜구동, 파란색의 차량을 원하는 것이 사례다.
반면 시장은 여전히 이러한 니즈와 요구를 100%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부문장이 느낀 생각의 흐름은 나눠진 시장을 단순히 하나로 합치는 걸 넘어 고도화, 자동화를 거친다면 하나의 큰 생태계가 탄생하겠다는 큰 그림으로 이어졌다. 업계에서 계약 단계와 프로세스를 고객에게 상세히 전달하는 하나의 큰 플랫폼이 없던 것도 주효했다.
그는 “시대가 변하며 자동차도 온라인 판매로 조금씩 흐름이 넘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차를 구매할 땐 전문가의 조언과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구매 단계마다 여러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며 “플랫폼 하나로 구매 프로세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된다면 고객 불편이 크게 해소되리라 내다봤다”고 말했다.
‘비대면 컨시어지 서비스’를 계획하고 이 방향대로 시장이 변하리라 예상한 이유는 ‘자동차 시장의 파편화’다. 유튜브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정보를 찾는 능력이 향상되며 이를 충족시키는 딜러를 찾는데 굉장히 깐깐해졌다는 것이 이 부문장의 생각이다. 게다가 신차 구매, 부품 관리, 차량 수리, 중고차 이관 등 자동차 업계 안에 큰 파편들이 흩어져 있어 이를 일일이 알아봐야 하는 부담이 양측에 있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 부문장이 ‘데이터 컴퍼니’를 지향하며 ‘비대면 컨시어지 서비스’ 고도화 작업에 직접 팔을 걷은 이유다.
차봇모빌리티가 지난 3월 내놓은 비대면 컨시어지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차와 옵션, 색깔, 파워트레인 등을 고른 뒤 상담 신청을 하면 이에 적합한 차량을 판매할 수 있는 딜러들이 고객에게 차량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고객은 자신에게 맞는 옵션의 차를 구매할 수 있고 딜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네트워크 이상의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다.
차봇은 이 과정에서 이익을 크게 얻지 않는다. 이 부문장은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파는 시대가 곧 올 것이고 그 시대에 맞춰서 내부적으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테스트를 하는 일종의 오픈베타의 개념의 서비스”라며 “단순히 가격적인 메리트가 아니라 차를 이용하면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기업이 업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어 이 부문장은 “어떤 제안을 했을 때 고객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계약까지 성사되는지, 만족도는 어땠는지 등을 데이터화 시켜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 분석 등 고도화 작업 후 신차 추천을 해주는 기능을 현재 개발 중”이라며 “데이터를 방대하게 마이그레이션 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솔루션이 생긴다면 고객들은 이를 통해 더 편리하게 차 구매 의향을 딜러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예를 들어 한 차를 10년 동안 탄 고객이 비대면 컨시어지 서비스를 고려할 때 차봇은 성향을 고려해 추후 취·등록세 절감을 노리거나 리스·렌탈을 추천하거나 잘 고장 나지 않고 내구도가 튼튼한 차량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딜러 이윤 해칠 생각 없다”… 차봇, 딜러 감쌌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언택트에 익숙한 20대는 환영할 소식이지만 차량 구매 능력이 가장 뛰어난 40, 50대들에게 비대면은 익숙하지만은 않은 존재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 3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2232만여 대 중 40대는 약 536만 대, 50대는 약 637만 대를 기록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부문장은 “비대면 구매 방식이 편하고 ‘콜 포비아’가 있는 20대들을 위해선 문자·메신저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반대로 정확한 정보와 차량 견적서를 보고 구매를 희망하는 40, 50대들을 위해선 전화로 도표 등 차량 정보를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며 “세대를 막론하고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고 일일이 오프라인 전시장을 둘러볼 시간이 부족한 만큼 언제 어디서나 차량 구매를 신청하고 이에 대한 구매 상담을 받아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계속해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아우디 코리아의 공식 딜러사 중 한 곳인 고진모터스가 지난해 11월 리뉴얼 오픈한 목포 전시장. 사진=아우디코리아
온라인·비대면은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과 충돌한다. 과거 대기업 요식업계에서 일했던 이 부문장은 배달 범위, 키오스크 설정과 모바일 라이브를 비롯한 신사업부 등에서 이를 크게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는 3만 명에 달하는 딜러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차봇모빌리티에게도 마찬가지의 고민이었다. 그럼에도 차봇모빌리티는 딜러의 수익을 건들지도, 생태계를 파괴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문장은 “더 많은 고객을 딜러에게 연결해 드리고 수익 창출에 집중하게 도와드리면 딜러들 입장에서도 판매 차량을 소개하고 판매 과정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봇이 하고자 하는 일은 차량 탐색 초반 과정에서의 네트워킹”이라고 강조했다.
딜러에 대한 권역 보호가 더 센 미국에서도 아마존 오토스가 생겨났듯 차봇 역시 로컬 네트워크를 파괴하지 않는 걸 넘어 지역권 딜러들에게 고객을 연결하고 이들이 자유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중매해주는 역할을 추구한다는 것이 부문장의 생각이다.
이 부문장은 “차봇이 영역의 전문화를 통해 계약 확률이 높은 고객을 잘 이끌어와 딜러와 매칭해주면 딜러 입장에서도 손해가 없다”며 “온라인 판매라고 해서 수도권에 쏠려 있는 딜러에게 무작정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전 고객이면 대전 딜러, 강원도 고객이면 강원도 딜러 등 지역 딜러에게 분배해 그분들이 판매에 도움이 되도록 구조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자선사업가가 아니기에 차봇도 일정 수준의 이윤을 추구한다. 하지만 차봇은 딜러와 고객을 맺어주는 수수료를 챙기기보단 금융·보험 등에서 이익을 얻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부문장은 “할인해서 자동차를 파는 건 굉장히 쉽지만 출혈 경쟁을 원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인 차봇이 경쟁 플랫폼에 비해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가 파는 차가 제일 최저가 차량은 아닐 수 있지만 앞서 말한 대로 번들링 팩 등을 구성해 종합 관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그 고객들을 장기적으로 남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고객 선택 바꾸는 건 10%의 디테일”

차봇이 전망하고 노리는 미래의 자동차 판매는 어떤 모습일까. 이 부문장은 ‘고객 경험’과 ‘디테일’을 짚으며 10%의 차이가 고객의 선택을 좌우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가 비대면 컨시어지 서비스에서 각 차량이 적용 가능한 모든 색깔을 일일이 파악해 넣는 등 총책임을 담당한 이유다.
단적인 예로 테슬라를 꼽았다. 현재 테슬라는 신차를 광명에서 출고한 뒤 차량 배송을 집 앞 큰길이나 건물 앞으로 배송해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고객은 차를 받기 위해 직장에 오후 반차를 내고 번호판을 직접 달아야 한다.
만약에라도 글라스 루프에 빛이 많이 들어와 차량 내부가 쉽게 뜨거워짐에도 전기차 특성상 전기를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에어컨을 쉽게 틀지 못한다. 이 부문장은 세세한 부분들이 모여 고객 경험을 해치고 장기적으로는 판매 부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 부문장은 “테슬라 출고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들을 모아 오는 5월에 패키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태양을 잘 막아주고 겨울철에는 보온이 잘 되는 업체와 콜라보레이션을 해서 테슬라를 구매한 고객들이 어떤 방식으로 픽업을 받더라도 조금 더 우수한 고객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출고 세레모니를 비롯한 픽업 과정을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10년 뒤 차봇과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인터뷰 말미 질문에 이 부문장은 차봇이 압도적으로 서비스를 선도하기보단 브랜드사들이 왜 차봇을 통해 자동차를 판매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주는 일을 하고 싶다며 차봇이 만들어진 서비스로 차를 사는 것이 당연해지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대신 이 부문장은 “10년 전에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은 지극히 한정돼 있었고 배달 음식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패턴을 바꾼 것도 채 몇 년이 되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하거나 식자재를 보지도 않고 구매하는 건 의문이 많은 일이었다”며 “그런데 이 모든게 현실이 됐고 이미 우리는 너무 익숙하게 온라인에서 종류에 상관없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꿀 힘은 없지만 흐름에 맞춰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있다”며 “데이터를 충분히 쌓으며 고객들에 의해 선택을 받고 기준점을 제시하며 시장이 따라오게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