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을 앞둔 김민석(30·가명) 씨는 예비 신부와 함께 몰 자동차가 최근의 걱정이다. 영업직이라 야근이 잦을뿐더러, 주말에는 결혼식장·플래너 투어 등으로 차를 알아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주변 지인들에게 딜러를 소개받기도 했지만 오프라인으로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이 이내 부담으로 돌아왔다. 영업용 차와 가정 자동차를 별개로 나누고 싶은 김 씨는 어떤 방식으로 차를 구매해야 가장 이상적일지 고민 중이다.
차봇모빌리티가 내놓은 비대면 컨시어지 서비스가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 대신 차봇이 딜러들을 연결해 주고 딜러들로부터 역경매를 받는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시간을 대폭 줄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차봇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3월 서비스 출시 이후 약 32만 명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견적 신청을 받았다. 실제 견적 신청이 들어온 사례가 32만 건이기 때문에 컨시어지 서비스로 둘러본 사람들은 더 많을 것이라고 차봇모빌리티 측은 예상했다.

신차 구매도, 리스 신청도 컴퓨터·휴대전화로 ‘쓱쓱’
현재 서비스는 앱과 웹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앱 개발 시점에 조금 차이가 있어 웹에서 조금 더 고도화됐지만 서비스 이용 방식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산 차는 현대차그룹(현대자동차·기아·제네시스), KGM, 쉐보레, 르노코리아를 살 수 있으며 수입차는 차봇이 딜러사로 있는 이네오스 그레나디어를 비롯해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볼보, 토요타, 지프 등 15개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다.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옵션은 모두 선택할 수 있으며 주로 23년형과 24년형을 위주로 고를 수 있다. 쏘렌토처럼 5~7인승, 후륜구동 & 사륜구동, 가솔린 & 터보 등의 차이도 조정 가능하다.
차봇모빌리티의 비대면 컨시어지 서비스로 다양한 옵션들을 고를 수 있다. 사진=차봇 웹 캡처
차봇모빌리티 측은 대부분 24년형 차량이지만 일부 모델에 한해 23년형도 있다며 향후 25년형 차량도 순차적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네시스 등은 이미 뉴 GV70이 25년형 모델로도 들어와 있다.
구체적인 차량을 고르면 색깔을 고르는 창으로 넘어간다. 외관 색상을 한 사이트 & 앱에서 고를 수 있어 소비자는 차종뿐만 아니라 색상 차이로도 차를 고를 수 있다.

가령 메르세데스-벤츠 GLE-CLASS를 골랐을 때 마뉴팩튜어 히아신스 레드 및 에메랄드 그린, 소달라이트 블루 등을 버튼 터치 몇 번으로 바꿔보거나 전시장에선 찾기 어려운 민트색 GV60, 마티라 블루 G80 등의 뉘앙스를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다. 많은 색상을 자랑하는 벤츠 AMG GT의 경우 19가지의 색깔을 모두 골라보는 것이 가능하다.
또 내장 색 역시 블랙, 브라운, 베이지 등 차량 제조사에서 지원하는 색깔은 모두 선택해 견적 상담 신청을 할 수 있다. 하단 차량 가격을 확인한 뒤 선납금 방식(0~40%), 할부 기한(12~60개월), 희망 인수 지역 등을 선택하면 된다. 렌트·리스의 경우 계약 기간, 재직 구분(개인, 개인사업자, 법인사업자), 나이(만 21세 이상, 만 26세 이상), 상담 방식 등을 고른 뒤 견적 상담을 신청하는 구조다.
차봇모빌리티 측은 “차량 상담 신청이 들어오게 되면 약 3만 명의 딜러 중 해당 옵션 차량 판매를 원하는 딜러들로부터 소비자가 역경매 형식으로 소비자가 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며 “소비자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딜러도 ‘둘러보고 간다’의 허탕을 줄일 수 있어 윈윈”이라고 말했다. 딜러들끼리의 경쟁으로 소비자는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실제로 차량 견적 상담을 누른 기자는 신청 2~3시간 뒤 한 딜러사로부터 해당 차량 구매 상담을 원하는지 의사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 ‘콜 포비아’ 등 전화를 원치 않는 고객이 문자 등으로 상담을 원할 경우 문자 상담도 진행한다는 것이 관계자와 딜러사들의 설명이다.

시승도 가능하다. 차봇이 딜러 역할을 하는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브랜드의 경우 시승 신청이 가능하며, 타 브랜드의 경우에도 요청 사항에 시승을 원하면 해당 내용을 차봇이 딜러사에게 전달해 상호 합의를 하도록 맺어주는 형식이다.
카니발, 쏘렌토, 그랜저 등 일부 장기렌트카의 경우 일주일 내 즉시 출고도 된다.
차봇모빌리티 관계자는 “2000만원대 가성비 첫차, 유모차 태우기 편한 패밀리카 등 차봇 큐레이션 기능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옵션을 고르기 편리하게 제공하고 있다”며 “설사 마음이 바뀌어 다른 차를 원하더라도 특별한 상담비 없이 다시 상담 신청을 하면 돼 소비자도 마음의 부담 없이 차량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오토스와 닮은 듯 다르네
해당 서비스는 ‘아마존 오토스’와 유사하다. 제조사 권장 소비자 가격 대비 딜러 가격 등 자세한 가격 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선불금과 대출 기간을 기준으로 월 상환액을 추산할 수 있다. 또 친숙한 UI로 소비자가 불편하지 않게 온라인 쇼핑을 즐길 수 있단 점도 강점이다.
온라인 SNS ‘레딧’의 한 유저는 “아마존 오토스로 차를 구매했을 때 권장 소비자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구매할 수 있었고 컨시어지 서비스가 있어 언제든지 아마존에 전화할 수 있다”며 “흥정이 불필요해 스트레스받지 않아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자동차 구매에 걸리는 시간을 15분 정도로 단축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차봇의 방식은 이와 조금 다르다. 딜러와 차량 구매자를 맺어주는 방식으로 차량 흥정은 여전히 구매 과정에서 있다. 다만 아마존 오토스의 단점으로 ‘흥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꼽힌 만큼 큰 단점으로는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딜러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관건이다. 온라인 판매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딜러들도 많기 때문이다.
앞서 김일중 KGM 대리점 협의회 사무총장은 지난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189개 대리점에 3000명 규모던 영업사원들이 1000여 명 규모, 144개 대리점으로 쪼그라들었고 신규 충원 인원도 거의 없는 상태”라며 “딜러들은 차량 판매에 따라 임차비,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형태라 온라인으로 대세가 넘어가는 현상이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차봇의 비대면 컨시어지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대리점의 필요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프라인 딜러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차봇모빌리티 측은 “지난 2019년 B2B 서비스를 하며 모은 딜러 네트워크로 비대면 컨시어지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며 “딜러들이 없으면 결국 서비스가 원활히 운영될 수 없는 만큼 딜러들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