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딜러 생활을 하면서, 차를 구매하시는 분들이 차를 구매할 때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 특히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적인 소모였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차량 구매를 전환하면 고객들이 더 편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창업의 첫 번째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다이렉트 보험이나 다이렉트 금융처럼 원수사나 금융사에서 상품들을 계속 개발하면서 온라인 차량 보험 시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오프라인에서만 구매 가능했던 보험을 온라인에서 비교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차봇모빌리티(이하 차봇)이었습니다.”
-보험을 비교할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는요?
“예를 들어, 제가 카니발을 샀다면 현대해상과 계약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지, 아니면 메리츠와 계약하는 것이 더 저렴한지 같은 보험 비교를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이죠. 당시만 해도 온라인으로 마케팅을 해서 차를 구매하는 고객 정보를 얻는 것이 굉장히 비쌌습니다. 네이버 검색 광고도 매우 비싸고, 보험이나 금융 분야는 원래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 고객 정보를 획득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어요.
딜러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딜러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딜러들이 차를 판매할 때 고객을 저희 서비스에 소개해주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딜러들을 위한 멤버십 서비스를 만들고, 딜러들이 차를 팔 때 보험을 차봇앱을 통해 가입하도록 안내하도록 했죠. 일반적으로 딜러분들은 차를 팔아서 마진을 얻지만, 보험이나 금융을 중개하면서 발생하는 수수료도 가져가거든요. 원래는 딜러분들이 직접 보험을 중개했던 것이, 소비자들이 ‘제 보험은 직접 비교해서 고르겠다’고 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이 시장에 딜러분들이 ‘아, 그러면 차봇에서 검색해보세요’하고 차봇을 소개하는 것이죠. 이렇게 유입된 고객이 차봇에서 보험을 계약하면 일정 수수료를 딜러와 공유하는 방식이었고요.”
-딜러분들 입장에선 원래 보험 중개 수수료를 차봇과 나누는 셈이었는데도요?
“딜러분들은 어차피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가입되는 다이렉트 보험으로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다이렉트 보험으로 빠질 고객을 차봇으로만 연결해주면 부가적인 수익이 됐으니까요.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보험료 중 10%인 10만 원이 저희 플랫폼의 광고비로 들어오면, 이 중 50%를 딜러들과 공유하는 구조. 이런 식입니다.”
-차 보험 가격, 그렇게 많이 다른가요?
“실제로 비교를 해보면 보험료가 다 다릅니다. 보험개발원에 모든 보험사의 API가 연동되어 있어 보험료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봇은 이 정보를 스크래핑해서, 처음에는 고객에게 이 정보값을 제공해주는 방식이었고요.”
-IT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보험사의 데이터가 파편적으로 존재했을 텐데요.
“보험개발원에 들어가 SI(시스템 통합)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차봇이 PM(프로젝트 매니저)을 맡아 개발을 진행한 시스템 구축이죠. 입찰을 통해 선정됐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회사가 저희뿐이었어요. 시장이 기술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않았던 시점이라 그 작업을 이해하고 진행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보험 관련 정보는 주로 스크래핑 방식으로 수집됐는데, 이 방식은 정확도가 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제공하는 정보값이 전체 데이터를 포함하지 않아 89만 원으로 보였던 보험료가 실제 다이렉트 가입 과정에서 100만 원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 갭 때문에 소비자들의 혼란이 많았고요. 차봇이 보험사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직접적인 API 연동을 통해 데이터를 정교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의 API는 공개되지 않는데, 직접 보험사들을 찾아가 API 연동을 설득했거든요. 저희가 만든 시스템이니만큼, 이 데이터를 이용하는 데 차봇이 우위에 있는 것이죠.”
-보험 중개가 이루어지는 과정은요?
“링크를 통해 고객 정보를 간편하게 받아오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고객이 링크를 누르면 정보 동의가 이루어지고, 동의된 정보는 저희 시스템으로 넘어옵니다. 운전자 정보, 차량 정보, 기존 보험 내역, 특약 정보 등을 취합하여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과 할인 혜택을 추천하고요. 고객이 직접 가입할 수 있는 링크 채널을 제공해 자동으로 가입이 완료되거나, 직접 처리가 어렵거나 궁금한 점이 있는 고객들을 위해 상담 서비스도 제공해요.”
-이 시장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차량 보험 전체 시장은 10조고, 연간 거래액은 약 7000억원 정도로 이야기됩니다. 차봇이 보험 중개 시장의 점유율 10%를 달성하면 매출 70억원을 확보한다는 이야기죠.”

◇영국 오프로드 차량 수입, 스타트업이 따낸 수입사 자격
-앱에서 얻는 데이터가 차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 기회를 준다?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차봇은 금융 정보, 보험 정보뿐만 아니라 운전자에 대한 세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전자의 성별, 거주 지역, 가족 현황, 과거에 운전했던 차량, 주행 습관, 연간 주행 거리 등은 보험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들이거든요. 이처럼 금융 정보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디맨드로 다양한 사업 연계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죠. 일반적으로 운전자의 라이프스타일은 차량 구매부터 판매까지 약 6.3년 정도로 보는데, 저희는 이 기간 동안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려고 합니다.”
-유니크한 수입차를 팔기도 합니다.
“영국의 이네오스라는 회사에서 만든 그레나디어 차량을 직접 수입해 판매합니다. 영국산 4×4 오프로더로, 독창적인 디자인을 갖고 있죠. 이 차량의 수입사 자격을 획득하여, 한국 내에서 수입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습니다. 한국에서 수입사 자격을 갖춘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입사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높은 자본력과 신뢰를 요구받는데, 스타트업이 직접 수입사로 나서면서 딜러사 자격까지 확보한 것은 정말 드문 일이죠.”
-독특한 차량이군요. 수입사 자격이 특별한 이유는요?
“연간 약 300~500대 정도 판매되며, 차량 가격은 대당 약 1억 3000만원 정도입니다. 이네오스는 영국의 화학회사인데, 회장님이 랜드로버 구형 디펜더의 팬입니다. 그가 오프로드 차량에 대한 모티브를 담아 주도적으로 만든 차이고요.
수입사라는 지위가 주는 이점이 있습니다. 수입사는 차량의 인증부터 시작해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해야 합니다. 인증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진행하며, 리콜이나 문제 발생 시의 책임도 모두 수입사가 집니다. 반면, 일반적인 딜러사는 이런 과정 없이 차 판매만 담당합니다. 대신 딜러들은 지사가 제공한 정책과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수입사로 활동하면 딜러들처럼 지사의 정책에 종속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할인 경쟁에 얽매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기존 브랜드 딜러들 간의 치열한 경쟁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딜러사들은 연말에 재고를 빨리 소진하려고 경쟁적으로 할인하는 상황이 흔히 발생하지만, 저희는 독자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영국 제조사가 한국의 스타트업에 수입사 자격을 왜?
“시리즈 A 투자 25억 원을 유치했습니다. 2019년도 연말이었죠. 투자받을 때 수입사 사업을 하겠다고 투자사에 밝혔습니다.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업자 10곳을 선정해서, 콜드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때가 코로나 시기여서 직접 만날 수는 없었고, 회사 소개서를 보냈죠. 한국의 스타트업인데, 이런 사업을 할 것이고,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디지털 시장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고, 이번에 투자를 받았다고 소개했습니다. 또한, 시리즈 B 투자 유치도 진행 중이라고 알렸죠.
그 제안서를 보낸 회사 중 하나가 이네오스는 한국 진출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일본과 몽골에 먼저 진출할 계획이었죠. 그런데 저희가 보낸 메일을 보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네오스도 2017년에 새로 만들어진 신생 회사였고, 23년부터 차가 양산되어 출고되었으니까요. 메일을 보냈을 때는 차를 만들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어쨌든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는 신생 스타트업이었고, 아직 차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이네오스의 차를 한국에서 팔아주겠다고 했더니, 그들에게는 좀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기존의 수입사들은 올드한 방식이었는데, 스타트업의 어떤 패기가 자동차 시장에선 스타트업이었던 그들과 통했던 것 같아요.”
-판매가 온라인으로 되는군요.
“네. 테슬라와 비슷한 모델입니다. 전시장이 오프라인에 존재하지만, 실제 계약과 판매는 온라인에서만 이뤄지는 것이죠. 이렇게 운영을 하면 많은 딜러사를 두지 않고도 효율적인 온라인 차량 판매가 가능합니다.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차량을 판매할 수 있다는 차봇의 가설 검증을 보여주는 것이죠. 첫 수입사 자격을 얻었으니, 앞으로 신생 전기차 브랜드를 비롯해 다양한 차량의 수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처럼,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모든 생태계 구축 꿈
-결국 시작인 보험은 일종의 첫 발판이었고, 구매-보험-금융 등 차량과 관련된 올인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군요. 수입사를 시작한 것도 구매 시장을 노린 것이고요.
“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 270조 원에 달합니다. 이 중 170조 원은 자동차 구매 시장, 80조 원은 보험 시장, 그리고 나머지 20조 원은 금융 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이 거대한 시장에서 2~3%의 시장 점유율(MS)만 확보해도, 보험 거래액, 차량 거래액, 금융 거래액 등을 합산해 약 5조~6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전체 시장에서 1%의 점유율만 가져간다고 해도 약 2.7조 원의 거래 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죠.
보험 중개 시장에서만 점유율을 극대화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험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죠. 또한, 단순히 한 분야에만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가 큽니다. 특정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외부 요인으로 인해 사업 진행이 어려워질 경우, 비즈니스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거든요. 자동차 구매, 보험, 금융 등 다양한 버티컬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모델을 목표로 합니다.”
-보험 중개와 판매 외에 그렇다면 사이클의 다른 영역. 어떤 일을 추가로 벌이고 있습니까.
“개발 중인 상품은 신차 패키지 보험입니다. 이 상품은 차량 구매 시 발생할 수 있는 소소한 손상을 보장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상품이죠. 예를 들어, 돌에 튀어 발생하는 스톤칩 복구, 타이어 파손 등의 문제를 보장하는 보험을 신차 구매 시 함께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죠. 금융사와 제휴해 리스·렌트 상품에 대한 온라인 판매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수입차 딜러로 일하다가 창업한 경력이 있습니다. 꽤 우수한 딜러였다고요.
“2년 반 넘게 딜러로 일했고, 1년에 300대가 넘는 차를 팔았습니다. 영업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차량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카메라 장비를 빌려서 청평이나 대교 같은 장소에 가서 촬영하며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습니다. 그때는 유튜브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기였지만, 고객이 특정 차량에 대해 궁금해하면 제가 만든 영상을 보여줬어요. 제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차량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요. 조회 수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영상을 본 고객이 “이 딜러가 진심으로 차량을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 것이었죠.”
-왜 수입차 딜러를 했습니까.
“처음부터 이 창업을 생각했습니다. 초기 자본도 없고 네트워크도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시장에 진입하면 창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했거든요. 자동차는 제가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분야였기 때문에, 일단 자동차 시장에 들어가 세일즈부터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세일즈를 통해 돈을 벌고, 자본금을 모아 창업하겠다는 계획. 목표는 1억 원을 모으면 창업을 시작하자는 것이었고, 1년 만에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차봇 인슈어런스라는 보험 자회사가 있습니다.
“운전자 보험, 일반 보험, 장기 보험 등 보험 판매 및 중개를 합니다.”
-너무 많은 일을 벌이는 것 아닙니까. 차와 관련된 비즈니스만 해도 시장이 충분히 크고 할 일이 많은데요.
“궁극적인 목표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시작점부터 차량 운전자 라이프 사이클의 모든 과정을 포함한 완벽한 수직 통합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거든요. 운전자가 어느 시점에 진입하더라도 저희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각 과정마다 수익을 모델화하고, 버티컬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하나씩 구축해 나가는 과정인 것이죠.
테슬라를 보세요. 테슬라는 차량 제조뿐만 아니라 위성을 활용한 스타링크 통신, 자율 주행 기술, 배터리 생산, 솔라 시스템 등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핵심 기술과 서비스를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차량 제조를 넘어 완전한 통합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니까요. 물론 차봇이 차량 생산까진 어렵지만, 한국 시장에 맞는 수직 통합형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