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타트업 전문 VC, SVS 김여일 대표가 바라본 차봇모빌리티

커지는 일본 VC 시장, 달라지는 투자 트렌드

2023년 기준 일본의 VC 시장 규모는 약 70억 달러(약 9조 원)에 이릅니다. 한국의 약 4조 원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그동안 일본 VC 시장은 안정성과 보수성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지만, 최근에는 소프트뱅크와 같은 대형 투자사는 물론 중소규모 VC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양국 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과 네트워킹 행사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9월 차봇모빌리티가 참여했던 ‘재팬부트캠프(Japan Boot Camp)’는 이제 양국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잇는 주요 채널로 자리 잡았습니다.

왜 한국 스타트업은 일본 시장 진출을 꿈꿀까?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 시장의 매력은 분명합니다. 일본 시장에는 탄탄한 중산층과 고령층 소비자들이 만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헬스케어 및 스마트 홈 같은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뛰어납니다.

또,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데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를 공유하고 있어 다른 글로벌 시장에 비해 진입 장벽 역시 낮은데요. 한류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한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면서 더욱 매력적인 시장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에 비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더딘 일본 기업으로서도 한국 스타트업과의 협력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이처럼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차봇모빌리티 역시 일본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데요.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일본 진출을 지원해 온 Starsia Venture Studio의 김여일 대표를 만나 일본 투자 시장의 관점에서 바라본 차봇모빌리티의 성장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Q. 먼저 스타시아 벤처 스튜디오와 대표님의 이력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메릴린치 일본 증권의 투자은행 부문에서 IPO와 M&A 업무를 담당하며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에 일본의 IT 스타트업에서 경영 관리, 신규 사업 개발, M&A, IR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시장에 M&A로 진출하여 한국에서 사업을 운영했던 경험도 있죠.

현재 SVS(Starsia Venture Studio)는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진출 전략 수립부터 홍보·PR, 파트너 발굴, 투자 유치 지원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죠. SVS는 합작 회사로, 합작 파트너인 스타시아가 한일 회계, 세무, 시장 진출 컨설팅 등 백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SVS는 한국 스타트업 및 IT 시장에 관한 일본어 뉴스 미디어 ‘KORIT’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독점 인터뷰 기사와 기획 기사는 물론, 한국의 스타트업·IT 뉴스 미디어와 제휴해 다양한 기사를 번역 배포하고 있죠. 예전에는 일본에 한국 스타트업을 다루는 전문 미디어가 없었지만, 이제는 KORIT이 그 역할을 맡아 일본 내 한국 스타트업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봇모빌리티 역시 올해 9월 재부캠에서의 인연을 시작으로 ‘KORIT’을 통해 일본 투자 시장에 기업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KORIT에 게재된 차봇모빌리티 뉴스>

Q. 최근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이 늘어 나는 추세인데요, 현지에서 체감하시는 변화와 한국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어떠신가요?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일본 정부의 스타트업 투자가 크게 늘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행정 기관, 금융 기관, 액셀러레이터들도 해외 스타트업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적극적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죠.

이런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경쟁력도 눈에 띕니다. 제품 완성도가 매우 높고, 특히 우수한 UI/UX는 일본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죠.

다만 일본 고유의 사용자 특성, 특히 기업 고객을 고려한 영업·마케팅과 고객 성공(Customer Success) 전략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입니다. 일본 사용자들의 구매 및 이용 결정 프로세스는 한국과 다르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는데요.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단계적으로 사용자 확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그렇다면, 차봇모빌리티의 비즈니스 모델 중 일본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점은 무엇인가요?

차봇모빌리티의 가장 큰 강점은 파트너 네트워크를 통한 데이터 축적과 확장성이라고 봅니다. 다양한 사용자 속성 데이터, 차량 데이터, 거래 및 서비스 데이터가 차봇모빌리티 플랫폼에 축적되면서 자율적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죠.

일본에는 ‘카센서’나 ‘구’와 같은 중고차 정보 플랫폼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고, 신차 정보 비교 서비스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실제 계약이나 금융·보험 제공, 사후 관리는 각 제조사 딜러가 담당하고 있고, 리스와 보험 관련 서비스도 다양한 업체들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통합 제공하는 플레이어는 아직 없습니다. 이 지점이 바로 차봇모빌리티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본 구매자들에게 통합 서비스의 필요성을 먼저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차봇모빌리티가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어떠한 준비 과정이 필요할까요?

한국에서는 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파트너 네트워크가 이미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파트너사들의 업무 방식과 현지 시장 환경이 한국과 많이 달라, 이에 맞춰 서비스를 수정하고 적용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파트너 네트워크 구축의 성공 여부는 결국 구매자들이 얼마나 차봇모빌리티의 앱과 서비스를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서두르기보다는, 구매자에게 가장 큰 니즈가 있는 서비스 하나를 먼저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서비스를 통해 확보된 앱 사용자 기반을 출발점으로 삼아 점진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차봇모빌리티의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와 조언 부탁드립니다.

차봇모빌리티가 첫 서비스 구축과 사용자 확보에 성공한다면 5년 이내에 여러 서비스에서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시장에서 구매자들에게 더욱 통합적인 플랫폼 앱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 SVS도 차봇모빌리티의 일본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자 합니다. 첫 서비스 구축을 위한 시장 조사와 파트너 발굴에 협력할 수 있고, 일본 내 홍보·PR 및 백오피스 구축 지원도 가능합니다. 일본 시장은 한국과는 다른 독특한 비즈니스 관행이 있고, 이에 대한 세세한 이해가 필요한 시장입니다. 하지만 한국 스타트업이 가진 강점도 분명히 있죠.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세심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쌓아간다면, 차봇모빌리티의 일본 시장 진출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은 빠른 혁신과 뛰어난 기술력으로, 일본은 안정적인 시장과 탄탄한 네트워크로 각자의 경쟁력을 키워왔습니다. 차봇모빌리티 통합 플랫폼 서비스의 일본 진출은 이런 양국의 장점이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낼 기회가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현지 파트너사와의 꾸준한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차봇모빌리티의 도전이 한일 스타트업 협력의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